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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o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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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하는 부모들의 영상이 나오는 화면 아래에서 잘 차려진 저녁밥을 먹었다. 나는 주로 내 영역 밖의 일들에 무관심하고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에도 별로 마음이 써지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이번 일을 두고는 이 상황에 밥을 먹는다는 게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질문을 하게 했다. 나는 왜 살아있는 걸까. 그들이 죽은 것에 대해 ‘왜’를 묻고 싶진 않았다. 내가 살아있는 것에 대해 이유를 집요하게 물어보게 했다. 나에게도 그들의 나이가, 그런 여행이, 그런 위험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나는 왜.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엇 때문에 내가 살아있다고 할 수 없었다. 생명은 살 자격이 있어 사는 것도, 죽을만해서 죽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 한 가지 교훈은 확실하다. 삶은 나를 위해서 완전히 바쳐질 만큼 내 것이 아니란 것. 

"여러분 잘 들으세요. 성질이 더러워서, 성질이 악해서 악한 일을 하는 사람보다, 악역을 맡은 악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악한 일을 합니다. 성질은 좋지만 악역을 맡아서 하는, 평범한 악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더 악을 많이 범하는 겁니다. … 이 말이 뭐냐 하면, 우리가 성질이 더러워서 악한 일을 하는 것보다 성질이 더러워서 좀 절제를 못해서 악한 일을 하는 사람보다, 지식을 가지고 … 도구적, 조작적 지식을 가지고 엄청난 악을 범한 인간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죽입니다."
- 김회권

2006~7년 정도는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무심코 생각 날 때마다 반사적으로 딴소릴 하면서 생각을 환기할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이다. 시간이 흘렀고 일일이 모두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돼 버렸다. 이젠 내가 나의 잘못을 깨달았다는 걸 그들이 안다면 그들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질지 모르겠다. 마음으로라도 진심의 사과와 함께 그들의 행복을 빌어본다.

영리한 사람들은 세상을 사는 너무 많은 수들이 보여서 힘들겠다. 내가 나의 멍청함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늘 이렇게 똑똑해서 힘든 사람들을 볼 때이다. 물론 주로 내 멍청함을 탓하지만..

나는 PPL을 싫어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정보가 내가 선택한 정보를 가리기 때문이다.

"자연의 질서 아래에서는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그들의 공통의 천직(天職)은 인간 바로 그것이다."

-장 자크 루소, <에밀> 중

내 이타적인 행동의 동기들을 집요하게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이기심이 이타적 행동을 하게 했음을 발견한다. 나는 이런 것을 이타심의 자위행위라고 부른다. 그들이 정말 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 그저 나의 이타심을 발휘하고 싶어 펼치는 행동들이 먼저 거기에 속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삶 속으로 들어가려고는 하지 않고 그냥 행정 하듯이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줘버리는 행동들도 거기에 속한다.

기업의 봉사 활동이나 정부의 복지 정책 입안, 선거철 후보자들을 볼 때 종종 사기꾼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타를 수단으로 삼아 이기를 추구하는 것은 아무리 돈과 시간을 쏟는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어떤 의미의 진정한 도움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마음 없는 도움을 받고 삶이 변할 정도로 둔한 피조물이 아니다. 나는 이타를 수단으로 다른 목적을 추구하지는 않기에 나의 그것은 좀 더 나은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타적 행위를 즐기기 위해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도 결국 이기심이다. 동기가 이기심이라면 그것은 어떤 행위라 하더라도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폴 피프는 실험을 통해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동조차 합리화 할 만큼 목표에 대한 지향이 지나치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스콧 월터무스는 권력자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 도덕적인 판단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더 엄격하고, 더 심한 벌을 주려 한다고 한다.

제니퍼 위트슨은 권력을 가진 사람은 목표를 성취하는 데 팀이 가지고 있는 제약점을 쉽게 잊는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고 한다.

http://www.infuture.kr/1433

목표란 게 뭘까. 그것을 성취하면 그 다음은 뭘까. 그리고 그 다음은.. 내가 발견하기론 목표는 언제나 사람이다. 그런데 목표를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거나 밟고 올라서거나 비난하려 한다니. 짜증나게 우스운 일이다. 

"포드가 노예들에게 관대해서 손해 본 건 없었다. 내가 여러 번 목격한 사실인데, 노예들에게 너그럽게 해 준 사람들은 오히려 많은 노동으로 보상을 받았다. 이것은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시킨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서 포드 주인님을 놀라게 하는 일이 즐거웠다. 반면, 이후의 주인들 밑에서 있을 때에는 추가적으로 일을 더 하게 만드는 건 오로지 감독의 채찍뿐이었다. 포드에게 도움이 될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그의 만족스러워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 노예 12년

신이 인간을 위한 수단이 아니듯 인간도 신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신이 인간을 자신의 이미지대로 만들 때 그저 무늬만 비슷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신도 인간의 선택에 제한받는다. 이것도 세상을 보는 하나의 열쇠다.